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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단독] 제주돼지농장 통째로 땅속에…의혹 일자 무밭으로

입력 2022-10-04 20:39 수정 2022-10-05 13:23

뉴스룸 밀착카메라

[앵커]

축구장보다 큰 제주의 한 돼지농장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습니다. 농장주가 폐업 신고를 한 뒤, 폐기물 처리하는 값을 아끼려고 농장을 통째로 땅 속에 묻은 겁니다. 2년쯤 지나 불법 매립 의혹이 불거지자, 최근 같은 자리에는 무밭이 생겼습니다.

어떻게 된 일인지,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.

[기자]

굴착기가 땅을 파고 콘크리트를 부숩니다.

철근 사이로 시커먼 물과 찌꺼기가 쏟아집니다.

이 영상이 찍힌 곳은 2년 전까지 30년간 운영된 제주 서귀포의 한 돼지농장입니다.

[당시 굴착기 운전기사 : 흙을 묻었는데도 분뇨가 너무 많으니까 흙 위로 올라오는 거예요. 덮고 또 덮고. 돼지들 몇 마리도 그냥 같이…]

돼지 3,500마리가 있던 8,250㎡ 크기의 농장은 축구장보다 큽니다.

농장은 2019년 돼지분뇨가 밖으로 흘러나가 주민들로부터 200건이 넘는 민원을 받았습니다.

여러 번 과태료 처분을 받자 2020년 문을 닫았습니다.

이때 농장 전체를 땅속에 묻은 겁니다.

돼지 사체와 분뇨를 신고 없이 땅에 묻는 건 불법입니다.

[전모 씨/농장 직원 : 제주도는 화산 터진 데니까 조금만 파도 똥물은 그냥 스며드니까 굴착기로 찍어서 통째로 묻어버린 거야.]

1년간 농장에서 일한 전모 씨는 콘크리트와 철근, 정화조까지 다 묻었다고 주장합니다.

[고호영/제주자치경찰단 수사관 : 누구 지시받고 하신 겁니까? (사장 지시받고 한 거죠.) 사장이 누구입니까? {강OO이요.}]

[강모 씨/농장주 : (폐기물이 매립된 사실은 인정하시는 거예요?) 네, 인정하죠. 바닥을 평평하게 해서 그냥 묻었다 이거지.]

이런 일이 관행이라고 주장합니다.

[강모 씨/농장주 : 폐콘크리트는 간혹 묻을 수 있지. (법적으로 묻을 수 없는 거잖아요.) 벌을 달게 받겠다 이 말이지. 슬러지(침전물)와 폐콘크리트는 통상 관례로 묻었지.]

폐기물 일부는 적법하게 처리했다면서 굴착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.

그런데 다음 날 말이 바뀝니다.

[강모 씨/농장주 : 갑자기 장비를 빌리지도 못하고. (굴착기를) 빌릴 수가 없어요.]

취재진이 굴착기를 빌려오자 이번엔 다른 이유를 댑니다.

[농장주 부인 : 무밭 임차인이 동의해야 하는데. 지금 뭐가 뭔지 내가 귀신에 홀린 것 같아서.]

농장 폐기물이 묻힌 땅을 올해 중순에 빌려줬는데 임차인이 무를 심어 함부로 팔 수 없다는 겁니다.

[고호영/제주자치경찰단 수사관 : (최초 현장 조사했을 때는 무가 없었잖아요.) 적발 이후 땅이 복토(흙을 덮음)돼서 무 작물이 재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. 폐기물 매립 현장을 감추기 위해 흙을 복토하고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게 아닌가.]

그런데 임차인은 불법 폐기물이 묻힌 걸 몰랐습니다.

[무밭 임차인 : (임대계약 전에 농장주가 땅 밑에 쓰레기가 묻혔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?) 전혀 없었어요. 밥상에 올라가는 채소인데. 빨리 심은 건 다음 달 25일쯤 수확해요.]

미리 막거나 매립 직후 발견해 바로잡을 순 없었을까, 당시 공익신고가 있었지만 지자체들이 적극 나서진 못했습니다.

[당시 굴착기 운전기사 : (서귀포시청) 생활환경과 폐기물팀에 전화했어요. 너희가 와서 이거 한번 보면 안 되겠냐고. 자기네 권한이 없다고…]

도청은 강제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는 입장입니다.

시청은 흙으로 덮여 불법 정황을 확인하지 못해 경찰 수사를 맡겼다고 했습니다.

경찰은 강 씨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.

돼지를 기르던 농장 폐기물은 전문 처리업체에 맡겨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겁니다.

땅속에 묻힌 쓰레기는 건설폐기물 1400톤과 돼지분뇨 100톤으로 추정됩니다.

제주는 지역 특성상 전체 물의 98%를 한라산을 중심으로 솟아오르는 용천수, 즉 지하수에 의존합니다.

[한순일/주민 : 땅속에 묻으면 안 되지. 산으로 내려오는 물이기 때문에 지하수가 영향이 있긴 있을 거라…]

때문에 불법 매립으로 땅과 물이 오염되면 주민들의 식수부터 직접 피해를 입습니다.

이제 막 심은 무는 두 달 뒤 겨울 찬바람을 이겨낸 월동무로 자랍니다.

우리 식탁에 올라올 수 있는 무입니다.

이 땅 밑에 묻힌 많은 쓰레기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.

(작가 : 유승민 / VJ : 최효일 / 인턴기자 : 고민주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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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기사를 쓴 기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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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느낄 때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을 찾아 위로할 정신이 있는 선한 힘을 가진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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